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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벤쿠버

 올해는 캐나다에 내가 처음 발을 디딘 지 10년째가 되는 해다.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데 지금 문득 보니 그렇다. 숫자라는 건 내게 주로 슬프고 그립고 차가운 속성의 것으로 자리하는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축적과 같은 것을 말할 때에 돌아보게 되는 숫자는 이렇듯 감격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입국이 개인적으로 또 특별한 건, BC를 다시 목적지로 삼았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캐나다 생활을 시작한 지역. 나는 이번 BC행이 참 반갑다.

 

 새롭게 시작한 BC 라이프에 대한 하루하루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도착한 지 보름 하고도 이틀이나 지났으니 당분간은 과거의 기록을 더듬는 글이 되겠다.

 

 

 


 

 

230401, 출국

 

 캐나다와 한국을 여러 번 오가는 동안 정말 다양한 항공사를 이용해 보았는데, ANA 항공은 이번이 처음이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도쿄에서 밴쿠버 직항선이었다.  

 

 

저녁식사

 제대로 된 저녁을 먹고 탑승을 하지 않아 배가 고파 혼났는데, 탑승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식사가 제공되었다. 치킨이랑 비프 중에 고르는 거였는데, 나는 치킨박스.

 

 

 

간식들

 일본항공이니만큼 일본 맥주 한 캔 마실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는데, 비행기에서의 음주는 내 속에 맞지 않는 것을 전에 한 번 깨달은 적이 있어서 대신 녹차로. 한국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안 먹었어서 정말 오랜만인 하겐다즈까지.

 

 

 

아침식사

 크로와상 샌드위치, 딸기 요거트(플레인 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잊고 깨끗하게 긁어먹음), 초콜렛, 과일. 특별할 것 없었지만 나는 무어든 잘 먹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다.

 

 딴소리인데 킷캣에 그려진 합장하는 이모지 내가 안 좋아하는 거다. 그냥 뭐랄까, 미안하다는 말 뒤에 저게 있든, 고맙다는 말 뒤에 저게 있든, '정말 미안한거 맞아?' '정말 고마운거 맞아?' 싶다. 한마디로 나는 공감이 되지않는 이모지인데, 요즘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같다. 

 

 

 

where we at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길고 긴 태평양을 지나 어느덧 아메리카 대륙. 특히 보이는 반가운 이름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보는 사진. 정말 정겹고 애정가는 이름으로 내 가슴에 남게된 시간들이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창 밖의 BC

 도쿄에서 도착지 날씨 체크할 때에, 비 올 예정이라 뜨기에 'BC가 그럼 그렇지' 하고 웃었었는데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과 산, 브리티시 컬럼비아. 

 

 


 

 

YVR 입국 

 

벤쿠버 국제공항

 벤쿠버 공항은 참 예쁘다. 워홀러로 처음 입국할 때에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둘러봐도 그렇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속하러 가는 길목도 그렇고.

 

 

 

 

 PR카드가 있을시 간편 입국이 가능하여, 기계에 카드 스캔하고 바로 나와 러기지 픽업하는 곳에 와 있었다.

 

 개명을 하여, 새로 발급받은 한국 여권에 적힌 이름과 PR카드에 적힌 이름이 다르기에 개명내역이 나와있는 기본증명서 번역공증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해오는 등 나름 그에 맞는 대비를 해왔는데, 그냥 기계에 PR카드 스캔만으로 복잡한 수속 없이 바로 다이렉트 입국 완료가 되는 시스템에 좀 찝찝한 마음이 들긴했다. 도쿄에서 벤쿠버 탑승 체크인할 때에 ANA 탑승수속 직원은 정말 빡빡하게 그에 관련한 확인체크 (개명한 내가 개명 전의 나와 동일인물이 맞는지에 대한)를 했는데, 오히려 여기서는 스캔 하나로 끝나서 이래도 되나 싶긴했는데. 어쨌든 나는 수속처에서 언제든 요구하면 서류를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내 러기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개 중 한 러기지는 먼저 나와 카트에 실었고,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미리 예약해 둔 라이더한테 곧 게이트 나간다는 연락도 해 둔 상태. 또 다른 러기지를 기다리는 와중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제복을 입은 border custom officer 들 네다섯이 자기들끼리 어떤 얘기를 하면서 나를 끊임없이 쳐다보는 거. 나는 알아챘지만 잘못한게 없으므로, 선량한 표정으로 러기지들 나오는 레일 쪽으로 얼굴을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옆 눈으로는 계속 오피서들 관찰ㅋㅋㅋㅋ) 기어코 한 명이 오더니 나에게 여권을 요구한다. 이름을 확인하더니 '그래 잘왔어' 하고는 간다. 그리고 한 1-2분 후에, 이제는 네 명이 내 쪽으로 온다. 한 명은 내 뒤, 두 명은 내 양 사이드 그리고 또 한 명은 내 앞을 가로막더니 '너 따라와야겠어.' 한다. 휴... '나 아직 짐 하나 더 기다리고 있어' 했더니, '괜찮아' 한다. ㅋㅋㅋㅋ 괜찮다는 말이 어울리진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모든 동작을 멈추고 카트를 밀어 그들이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심플한 입국수속이여 안녕.....

 

 오피서가 이동시킨 곳으로 가니, 남미계열로 보이는 2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나보고 주머니에 있는 것 모든 것을 꺼내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있으라기에, 옆주머니에 있던 사탕까지 꺼내어 놓았고, 여권이랑 영주권카드를 달라기에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밖에서 보면 거울 형식인데 안에서는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유리처럼 된 그런 벽으로 쌓인 어딘가에 들어갔다. 나는 선량하고 지금 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 은근하게 심지어 불편하며, 나는 떳떳하므로 여유롭다는 자세를 유지한다고 스스로는 생각했지만, 여권 건넬때 보니 내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흠 엄격한 환경 속에 있으니 어쩔 수 없나보다.

 

 이 때부터 오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일처리 속도야 말할 것도 없고, 내 사정이야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닐 것이므로, 난 곧 나간다고 메세지를 보내놓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라이더 생각에 한숨이 났다. 넉넉하게 한시간정도 예상했는데, 나의 넉넉은 그들에게 충분치 않았다. 두 시간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내 이름을 부른다. 너무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로 불러서 속으로 눈을 좀 흘겼지만, 나도 같이 경쾌하게 '응!' 하면서 오피서에게 갔다. 나에게 일단 기다리고있던 짐 하나를 찾으러 가자고 한다. '레일에 있을거야' 하길래 내가 '2시간이나 지났는데 없을 것 같아^^' 했다. 당연히 레일엔 다른 항공편의 짐이 나오고 있었고, 내 것은 오래간 아무도 픽업하지 않으면 옮겨두는 장소로 이동되어 있었다.

 

 같이 짐을 가지러 이동하면서 여러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취조랑은 거리가 멀게, 친구가 대화하듯이.

 

 


 

 

'영주권은 벤쿠버에서 딴거야?'

'아니~ 아일랜드에서 땄어.'

'어? 아일랜드 나도 안 가봤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간거야?'

'응, 내가 내 나라에서 완전 대도시 출신이라서, 좀 작고 조용한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었거든.'

'아 그래서 너가 캠벨리버에서 일했던거구나'

(캠벨리버?ㅋㅋㅋㅋ이 때 더 확실하게 알았다, 다 알면서 역질문 하는구나, 하고)

 

 이번엔 내가 먼저 선수쳤다.

 

'나 개명한 것 때문에 신분증의 이름들이 달라서, 너희가 날 오피스로 데려간거 같은데. 맞지?'

'응 맞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 다른 사람이 타인의 영주권카드로 입국하는 경우 때문이야. 근데 10명중 9명은 너같이 단순히 개명을 해서더라고. 이름은 왜 바꿨어?'

'응 개인적인 이유로. 좀 더 나에게 맞는 이름이고 싶단 생각에'

'너무 페미닌한 그런 느낌?' 

'잘 아네? 맞아 그래서 내가 좀 더 원하는 이름으로 이번에 개명했어'

'그랬구나, 완전 이해된다.'

 

 


 

 

 처음에 오피스로 데려갈 때에는 딱딱하더니, 2시간 체크하고 나서는 너무 나이스하다 모든 게. 역질문들도 더블체크하는 느낌이었고, 아... 그럼에도 이게 2시간이나 살펴볼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캐나다니까. 크게 놀랍지는 않다. 오피스 나오자마자 라이더에게 자초지종 간략하게 설명하고 만났고 본의아니게 시간을 버리게 만들었으니, 그에 맞는 추가 요금도 지불하고, 드디어 컨택해둔 집으로 향했다. 이래저래 지쳤는데, 라이더님이 계속 대화를 거셔서 멀미가 조금 났다. 더 이상은 못 참겠을 때 '혹시 도착까지 몇 분 남았어요?' 하니까 '3분' 남았다고. 

 

 다행이다.

 

 

 


 

 

 

Home

 

인절미

한국에서부터 미리 2개월 계약해 둔 아파트에 도착했다. 인절미라는 이름의 귀여운 카라멜색 수컷 고양이가 있는 집이다. 

 

 

 

Lougheed

 배가 고파 무언가를 먹어야겠단 생각에, 집을 나섰다. 어느덧 깜깜한 밤이다. 당연하게도 주변의 모든 게 낯설었다. 나는 BC에 상당기간 살았지만, 아일랜드에 살았던거지 벤쿠버에서의 거주는 또 처음이라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역이름들도 그렇고 모든 게 생소했다.

 

 

 

맥날도착

 

 

노토이 해피밀

 2년여만에 캐나다에 입국하게 된거라, 모든 은행계정들이 동결 상태였다. 애플페이도 그렇고, 실물 카드도 그렇고 모두. 100여불 남짓 캐쉬로 갖고있는게 전부 였어서, 일단 그걸로 계산을 했다.

 

 $5 남짓 먹을거리 구매하는데 100불 지폐 내니까 캐셔가 좋아하지는 않았다. '소액 없니?' 라고 물어봐서 없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더니 알았다며 해줬다. 해피밀을 시켰는데 나한테 '장난감 원하니?' 라고 물어봐서 2-3초 동공 흔들리다가 '아니?' 라고 대답했다. '어휴 내가 장난감은 무슨~!' 이라는 억양과 말투로. 왜냐면 캐셔도 나에게 '설마 아니지?' 라는 억양으로 물어봤으니까............ 하지만 내 속마음은 '장난감 궁금해..' 였다. 휴 언제까지 이럴텐가? 계속 이럴 것 같다.

 

 

 

서울 듀얼타임 위젯

 

 

녹차맛 포키

 귀가해서는 도쿄에서 사 온 녹차맛 포키를 꺼내먹었다. 엄청 맛있고 소중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먹었는데, 최근에 T&T마켓에 가보니 (중국계 대형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녹차맛 포키가 벌크로 엄청 많이 있었다 ^^  

 

 이렇게 벤쿠버 입국 첫 날의 일기를 마친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스트레스받는 일들의 와중에 있었는데, 어쨌든 또 이렇게 잘 입국을 하고 따뜻한 잠자리가 마련되어있는 내 눈 앞 바라보며, 일단 그래. 애썼다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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