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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보던 날

 2023 가을학기 목표로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기에 최적은 역시 내 스케줄대로 일을 조정할 수 있는 shift jobs. 걔 중에서도 나의 마음에 있는 건 물론 스타벅스다. 토론토에서 근무하면서 일 만족도가 워낙 높기도 했고, 쌓아놓은 커리어도 있기에 어느 도시에 가게 되든 일단 스벅에 입사해야지 해왔었다. 회사가 구축하려 하는 근무환경과 Health Benefits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아, 나에게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근무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오자마자 apply를 할 걸 그랬나도 싶지만, 또 그때에는 그때의 일들이 있었고.. 입국한 지 21일 차 되던 날부터 시작하여 3일 정도에 걸쳐 총 13군데의 지점에 입사신청 온라인 제출을 완료하였다.

 

 

 


 

 

 

 13군데를 고른 나만의 기준은, '위치'와 '인테리어'. '위치'라 함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매장 이용층이 다르고, 이용층은 내 근무 도중의 스트레스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인테리어'라 함은 매장의 다면적 환경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일할 때 내가 쓰게 될 업무용 기어들(Ex.expresso machine)'이라던가 '근무하게 될 bar의 크기', '매장 내 볕의 정도나 통풍 구조' 또는 '패티오의 존재여부와 그 넓이', '화장실' 같은 것들을 말한다. 나만의 주관적 기준이 꽤 뚜렷한 편이어서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이 꽤나 중요했다.

 

 일단 그 스타벅스가 어느 위치의 커뮤니티에 속해있는지. 똑같은 다운타운이어도 관광객 혹은 임시 거주자들이 자주 오 다니는 곳, 약을 하는 사람들 또는 홈리스들이 꽤 있는 곳, 사무실이 밀집한 곳에 있어 주 이용객층이 오피스 직장인들인 곳, 마을에 있어서 주로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 등. 아니면 꼭 그 스타벅스 자체가 위치한 곳이 아니더라도, 출근하는 길에 나를 곤두서게 하는 길(약물중독자들 많은 곳 같은)을 지나치게 되는지의 여부와 같은 것. 

 

 나는 일단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몰려있는 곳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늘상 어수선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약을 하거나 홈리스가 자주 출몰하는 곳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었다.(매장의 화장실이 온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고 + drug관련으로 문제가 되는 일들이 발생하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서. 사용한 주사기들 놓여있는 일 다반사) 전에 토론토에서처럼 오피스 직장인들이 주 이용층인 매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데, 벤쿠버에서 그들이 주 이용층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관광객들이 몰려있는 곳과 어느 정도 지역이 겹친다. 그래서 그쪽은 깔끔하게 제외했다.

 

 더불어 나는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기계 중 가장 최신의 것을 갖춘 매장, bar가 넓어서 일할 때의 움직임이 답답하지 않은 곳, 특수한 환경이 아니고서야 볕과 야외 공기가 잘 드는 매장, 패티오가 작거나 없는 매장 (patio 관리를 가능한 한 안 하고 싶어서), 화장실이 없으면 베스트지만 있다면 매장이 위치한 커뮤니티가 내가 안심할 수 있는 곳 일 것 (약물중독자 or 홈리스 업는 지역) 또한 고려사항이었다.

 

 

 


 

 

 

 구글맵스를 켜고 벤쿠버에 위치한 모든 스타벅스들을 사진 중심으로 쭉 훑었다. 토론토에 비해 훨씬 매장 수가 적기도 하고, 위에 내가 나열한 주관적인 룰을 기준으로 애초부터 내 선에서 제하는 지점들도 꽤 많았어서, 모두 살펴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벤쿠버라는 도시에 친숙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Coal Harbour 쪽의 매장 몇 군데와 벤쿠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좋아했던 Yaletown 쪽 스타벅스 위주로 지원하기로 정하고 그렇게 13군데를 지원을 마쳤다. 

 

 사실 이렇게 꽤나 일일이 따져가며 지원한 적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이번에는 제출할 수 있는 스타벅스 커리어가 탄탄하고, 실질적인 업무 자체에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토론토에서 처음 스타벅스에 지원할 때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100여 개의 스타벅스에 입사신청서를 냈었어서 오죽했으면 본사에서 '100개 정도 넣었던데, 맞니?'에 관한 전화가 왔었던 기억이...ㅋㅋㅋㅋㅋ 여하튼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제출하고 3일 동안 연락이 아무 데에서도 오지 않았다. 사실 3일이면 연락이 오기에는 (특히 캐나다에선) 무지 짧은 시간인데, 그냥 내 스스로 마음이 불안해졌다. 현재 내가 대면하고 있는 각종 부정적인 상황들로부터 약해지고 싶지 않아서 뭐든 빨리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도 얼른 벌고 싶고, 6월에 살 집도 구해야 하고 등등 다 쓰지 못하는 각종 스트레스들로 잠식당하지 않으려 하루하루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에 어서 직장을 갖는 것은 내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

 

 혹시나 전화 오는데 내가 놓칠까 봐 잠깐 화장실을 갈 때에든 언제든 꼭 핸드폰을 소지하고 다녔는데, 3일 내내 어디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내가 안 필요한가 보다????????? 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에 스벅에서 일하기 전까지 어디에서든 잠깐이라도 일할 데를 살펴볼 요량으로 우체국, 세이브온푸드, 샤퍼스, 이케아, 카지노에도 이력서를 내었다.

 

 4일째 되던 날, 드디어 딱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Save-on-foods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요즘 맨날 이용하는 그로서리^^  근데 다른 지점이다. 가려는 학교 근처에 있는 세이브온푸드에서 구인 공고를 올려놓았었어서 여기에 지원했는데 연락이 온 것. 27일로 면접일이 잡혔다. 일단 마음 한구석이 되게 안심되었다. 일단 당장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230427
Save-On-Foods interview day

 

날씨가 좋았다!

 

 

스카이트레인 타기

 

 

내가 지원한 매장 도착

 깔끔하고 괜찮네?

 

 일하는 곳의 외적 환경이 나한텐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 그 부분에서 안심이 되었다. 아니 사실 애초에 구글맵스로 괜찮다고 생각한 곳이라서 공고에 지원을 한 것이었다. 직접 봐도 괜찮았다는 소리다. 

 

 도착해서 customer service counter로 오라고 했었기에, 그쪽으로 가 면접 보러 왔다고 말하니 매니저가 지금 좀 바쁜 것 같으니 기다려달라고 한다. 속으로 '내 동료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네. 친절해서 좋다!' 이렇게 생각했다. 채용 면접을 보러 온 것이다 보니 다른 건 안 보이고 동료가 될 수도 있는 매장 직원들의 모습들을 살며시 살펴보느라 바빴다. '브라운이 많네' '아시안도 꽤 있네' '저 백인은 좀 까다로워 보이네'. 근무하는 데에 있어 8할은 동료와 팀 분위기가 결정적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얘네 둘 내 페이보릿

 매니저 기다리면서 인형 파는 곳 눈에 띄어서 좀 구경했다. 스페이스잼에 나오는 불독이랑 어떤 파란 트리케라톱스 인형...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인형 사고 싶다는 생각이 왜 자꾸 드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 이게 나란 넘인가 그냥. 근데 인형은 짐을 너무 쉽게 늘리게 되어서 안 사고 

 

 좀 기다리니 매니저가 왔는데, 나보고 '15분 정도만 더 기다려줄래?' 한다. 알았다고 하고 어딘가에 앉아있었다. 근데 앉아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이브온푸드 인터뷰 도중에 스타벅스에서 전화 오면 어쩌지? 전화 놓치기 싫은데. 다시 내가 걸면 된다지만, 그냥 한 번 왔을 때 그 전화 바로 받고 싶은데.' 

 

 그 생각하면서 기다린 지 한 5분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오? 타이밍 뭐지. 만약 매니저가 안 바빴으면 지금 면접 진행 중이었을 텐데. 아니 6일 동안 연락 안 오다가 딱 지금에야 결려온다고?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을 새도 없이 바로 받았고, 내가 지원한 스타벅스 지점 중 한 곳의 점장이었다. 

 

 

 


 

 

 

 '바리스타로 지원한 것 맞니?' 

 '응.' 

 '레쥬메 훑어보니까 슈퍼바이저로 일을 했던데, 바리스타로 지원을 한 게 맞는 거니?'

 '응, 일단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어서'

 '음 왜?'

 '일단 이 도시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적응기간이 좀 필요해서'

 '응, 음 일단은 알았어. 슈퍼바이저로는 중국에서 일했던 거니?' 

 '중국?ㅋㅋㅋ 아니 나 토론토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거야' 

 '헐 오 그런 거구나!! 내일 면접 가능하니?'

 '완전 가능해.'

 

 

 


 

 

 

 이렇게 해서 세이브온푸드 면접 매니저 기다리는 와중에 바로 다음날 스타벅스 면접일정이 잡혔다. 근데 왠 중국이요?ㅋㅋ 그때 확신한 게 하나 있다. 점장 백인이군. 그냥 느낌이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이브온푸드 매니저 두 명이 나를 데리러 왔고, 그들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다. 

 

 매니저 한 명은 중국인 남자, 또 한 명은 중동인으로 보이는 남자였고 그중 중국인 남자가 좀 더 윗 매니저로 보였다. 그 사람의 주도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사실 인터뷰에 대한 걱정이 하나도 안 되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서 준비를 전혀 해가지 않았었다. 근데 인터뷰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길고 자세하게 진행되어서 좀 놀랐던 기억이다.

 

 

 


 

 

 

<기억나는 질문 몇 가지>

 

1. 너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해 봐.

2. 네가 생각하는 너의 장점 3가지를 말해봐.

3. 이력서를 보니 스타벅스에서 슈퍼바이저로 일을 했던데 꽤 인상적이거든? 슈바로 일하면서 배운 점 3가지 정도 말해봐.

4. 슈바로 일하면서 알게된 너만의 특별한 점을 경험담과 같이 말해봐.

5. 슈바로 일하면서 알게된 너의 관리자로서의 강점 3가지를 말해봐.

6. 슈바로 일하면서 쉽지 않았던 점을 말해보고 그를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 말해봐.

7. 다시 일을 함에 있어서 스벅이 아닌 걔 중에서도 세이브온푸드를 지원한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줘.

 

 

 


 

 

 

 완전 편안한 마음으로 갔다가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일단 면접 진행환경도 딱딱하고, 질문들과 분위기가 꽤나 압박적이랄까? 중간에 내가 뭐 단어 생각이 안 나서 살짝 웃으면서 '음..'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에도 로봇들처럼 전혀 그들은 웃지 않아서 (아니 물론 이게 캐주얼한 자리는 아니지만 사람대 사람의 대화인데....!) 긴장이 배가 되었다. 3가지 말하라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한 30분정도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나올 때 든 감정이랑 들어갈 때에 들었던 감정이 완전 달랐다 ㅋㅋㅋㅋㅋㅋ 들어갈 때는 진짜 세상 편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들어갔고, 나올 때에는 약간 식은땀 흘리는 채로 나온 나. 2년 만에 영어를 사용해서 그런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 날이 너무 좋았어서, 나와서는 훌훌 털고 근처 트레일 걸으러 갔었다.

 

 

 

 


 

 

 

 

230428
Starbucks interview day

 

 바로 다음 날 진행된 스타벅스 면접!

 

 면접 날마다 날씨가 좋았던 것은 행운이다. 좀 더 환한 기분으로 가게 되니까. 음 면접 준비는 또 하나도 하지 않았다. 피곤해서 전 날 일찍 잤고, 당일 날은 제대로 먹고 나서야지 하는 생각에 키친에 오래 있느라 관련해서 뭔가를 하지 못했다.

 

 예전에 토론토에서 면접 연락왔을 때에는 예상 질문들 유추하고 그에 답도 해보고 굉장히 나름 철저하게 준비해갔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서 그런건가. 전에 토론토 스벅 면접 생각했을 때 지금에도 너무 웃긴게, 내가 인터뷰 도중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예를 들면서 어떤 대답을 했었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무슨 스벅 본사 입사면접 중이냐고.. 파하하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웃긴지 모르겠다. 조슬린이 들으면서 무슨 생각했을까? 귀엽다고 생각해줬으면 좋았겠다 라고 지금도 민망한 마음 한 켠에서 바라고 있다.

 

 내게 연락이 온 매장은 예일타운 커뮤니티 내 위치한 리버사이드의 한 스타벅스. 예일타운은 내게 소중한 동네다. 조이와의 서사가 시작된 곳. 하하

 

 

 


 

 

 

Yaletown-Roundhouse Station 

 

역 앞 사거리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었다.

 

 

날 좋은 거리

 

 

크로와상!

 

 

리버 사이드를 향해 걸었다

 

 

매장 바로 옆 풍경들

 

 

한 콘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매장이다

 

 

!

 

 

 


 

 

 

 매장 내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았고, 기물들과 내부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모던한 점이 생각했던 것대로 좋았다. bar가 넓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한쪽 벽 전체가 통창이라, 볕이 잘 든다는 것도 예상대로였다. 들어가 직원에게 면접보러 왔다고 전하니, 점장이 지금 바쁜 상태라서 일단 아무 자리에 앉아있으라고 해 중앙 홀 쪽에 앉아서 매장을 쭉 둘러보았다.

 

 둘러보다 마침 통창 쪽 바 자리에 있는 두 명의 사람이 막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기에,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났다가 걔 중 한 명만 나가고 또 다른 한 명은 다시 앉길래, '뭐야? 왜 한 명만 나가~ 햇볕받으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어떤 비지니스 미팅이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앉으려고 하니 (둘의 옷차림이 그랬다), 그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나에게 걸어와 '면접 보러왔지?' 한다. 음? 안나가고 있던 그 사람이 바로 점장이었던 것이다. 그럼 나간 사람은 나처럼 면접보러 온 사람이었겠구나, 그제야 알았다.

 

 점장은 생각했던대로 백인 여자분이었고, 구사하는 영어 액센트가 East European 느낌이었다. 인터뷰가 바로 진행되었다.

 

 

 


 

 

 

"슈퍼바이저였잖아 너" 

 그게 첫 말이었다.

 

 

"응? 응, 일단 안녕. 반가워."

"응ㅋㅋㅋㅋㅋ 내가 재촉했지? 궁금해서 그래. 경력이 있는데 왜 바리스타로 지원을 한건지"

"응, 나 일단 벤쿠버에 온 지 3주 밖에 안 되었고, 이래저래 나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3주? 일단 이 도시에 온 거 환영하고. 그래.. 음 일단 너가 지원한 포지션대로 바리스타 면접 질문을 할게."

"응. 좋아!!"

"아니야 근데 아무래도 아닌거 같아. 슈바로 일 할 생각도 있는거지?"

 

 

 


 

 

 

 하.... 음. 계속되는 슈바관련 물음에 두 손 들어야했다.

 

 내가 원래 일했던 매장이라면 당연히 슈퍼바이저로 일하는 게 좋지만, 지금 이 매장은 내가 어떤 분위기의 매장인지 알지 못하기에 겁도 나고, 직원들이나 팀의 스타일도 알지 못해서 바리스타로 어느정도 경험을 하고나서 나 또한 여기서의 어떤 확신이 들면 추후에 기회나 상황을 보고 진급 의사를 말해보려 했던건데. 점장이 끈질기게 관련을 계속 언급해서, 더이상 애매하게 굴기를 멈춰야겠다 싶었다. 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였지만, 잡오퍼하는 위치의 사람이 오히려 내게 더 상위의 포지션을 제안하고 싶어하는데, 정작 내가 뭔가 우물쭈물하면서 자신없는 모습을 보이기가 순간 싫었다. 

 

 어쩌면 바로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당연히 괜찮은 매장이라면 슈바로 일하면 더 좋지. 무엇보다 페이가 그렇고, 내 자신이 일하는 환경도 그렇고, 커리어 상으로도 그렇고, 가까이로는 6월에 집 구하기도 한결 수월할 것이고. 슈퍼바이저로 일하면 몸은 편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일단 좀 꺼린 것도 있었는데 따라오는 베네핏들을 생각하면 사실 감수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질문들 몇가지>

 

1. 왜 스타벅스를 다시 선택하게 되었니?

2. 스벅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었니?

3. 슈퍼바이저로 일할 때의 네 전반적인 경험을 공유해줘봐.

4. 너는 슈바로서 팀을 어떻게 이끄는 스타일이었니? 

5. 슈바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화 하나를 얘기해줘. 그 이유도 함께.

6. 너의 리더쉽에 있어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7. 스벅이나 상사가 제안하는 새로운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 너는 어떻게 대처하는 편이니?

8. 직원들을 이끄는 도중 네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어떤 전략을 세우는 편이니?

9. 잘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에게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편이니? 경험했던 예와 같이 말해줘.

 

 

 


 

 

 

 일단 면접 분위기가 편안해서 좋았다. 내가 이런 스타벅스 환경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어쩌면 세이브온푸드에서의 경직된 인터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이건 회사의 분위기 차이도 있겠지만, 세이브온푸드가 뭐 엄청 경직되어있을 분위기도 아니고 각 매니저들의 사람으로서의 분위기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인터뷰는 50분 정도 진행되었다.

 

 질문 내용이 그냥 전부 다 슈퍼바이저 직군에 관한 질문이었어서, 나도 그에 맞게 더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자세로 면접에 임하려했다. 질문들이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질문들이 아닌 경험에 기반하여 답할 수 있는 물음들이었어서 답변을 생각해내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이렇게 길게 영어 대화에 임하는게 너무 오랜만이었어서 다소 긴장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아닌 척 엄청 했지만. 근데 나도 정작 답하다보니 할 말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전달하고 싶단 생각이 강했어서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마음에 있어 스스로 꽤 흡족할만큼 잘 마칠 수 있었다.

 

 

 


 

 

 

 질문들이 끝나고, 점장이 말했다.

 

 '내가 슈바로부터 듣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말들과 이 공간을 이끌어가면서 내가 중시하고 있는 가치들에 대해 너는 정확히 다 언급을 했어. 그래서 참 좋아. 내 생각대로 넌 슈바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음, 네가 같이 일했던 전 점장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순간 가장 마지막에 일했던 점장인 조앤의 이름을 말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조앤의 키즈가 아니라 조슬린의 키즈잖아. 그래서 말을 바꿨다. '아 조앤이 내가 마지막에 일했던 매니저이긴한데, 나를 슈바로 진급시킨 사람은 조슬린이야. 조슬린이 날 제일 잘 알아.' 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나는 조슬린의 키즈지. 조슬린 보고싶다. 조슬린을 사랑한다.

 

 캐나다는 역시 보증인의 나라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보증을 서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게 너무너무 중요한 나라다. 이 나라에서 reference란 힘을 더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필수적인 존재라는 걸 살면 살수록 더 깨닫는다. 특히 job에 있어서 그렇다. 레퍼런스가 있고 없고가 정말 중요하고, 입김도 그렇고. 앞으로 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관련 일자리를 구할 때에도 인맥우선주의로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많이 알기에 학교 다니면서부터 그에 관해서도 잘 염두하면서 다닐 예정이다. 갑자기 학교 얘기로 샜네. ㅋㅋㅋㅋ 여하튼 점장이 조슬린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점장은 분명히 조슬린에게 컨택할 것이다. 슈바로의 채용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게 있어 말을 덧붙였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이야기이긴한데, 나는 현재 트랜지션을 진행중이야. 실질적인 과정들은 최근에 시작했기 때문에, 조슬린은 이 사실을 아직 몰라. 나는 조슬린에게 물론 내 이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단순히 텍스트로 전달하기에는 long story이기에 아직 하지 않았어. 네가 조슬린에게 연락하게 된다면 그녀는 나를 'She' 라고 표현할거야.' 라고. 

 

 점장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해줌에대해 나에게 감사를 말했고, 잘 알겠다고 했다. 레퍼런스 관련이 아니었더라면 굳이 내가 현재 트랜지션하고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점장과 팀이 자연스럽게 남자로서의 나로 알았겠지만 자기는 나를 he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조슬린이 갑자기 나를 she로 표현하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 미리 말해야했다. 이러한 점을 말하는 데에 있어서 우려되는 점이 없고, 그대로 나 자신일 수 있다는 것에 큰 편안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입사시 male pronouns로 지칭되게 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라 나 또한 짜릿하고 설레는 감이 있다. 트랜지션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목소리가 상당히 변화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전처럼 갸우뚱 하는 일 없이 바로 남자로 인식되는 경험을 한 지 꽤 되어서 이 모든 변화가 즐겁다. 

 

 

 


 

 

 

매장 나와서

 

 

예일타운 산책

 

 

 

 


 

 

 

 

Epilogue

 

 면접이 28일(금요일)이었고, 점장이 월요일(어제)까지 채용여부에 대한 전화를 준다고 했었어서 줄곧 기다렸는데 어제 저녁이 되도록 아무 전화가 오지 않았다. 뭐랄까... 난 좀 상심했다. 

 

 '흡족해하던 인터뷰 그거 다 연기였나?'

 '조슬린이 혹시 나에 대해 안 좋게 말했나? 그럴리가없는데..'

 

 이 두 생각에 잠겨서 스트레스가 굉장히 급격히 올라와 어제 밤에 일찍 잠들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영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뭐가 그렇게 문젠데..... 내가 뭐가 부족한가?' 이 생각을 하며 아침 9시즈음 책상에 딱 앉았는데, 엘레나(점장)한테 전화가 왔다.

 

 

 


 

 

 

"안녕! 나 너에게 슈바로 잡오퍼 하고 싶어."

"아 고마워... "

"어떠니?"

"음 행복해. 근데 너 어제까지 전화 준다며..... 나 어젯밤에 좌절하면서 잠들었어"

"아아아아아 진짜 미안해. 내가 조슬린이랑 어제 좀 늦게 통화가 이루어져서, 너에게 전화하기에 너무 늦은 시각이 되어버려서 망설였었어. 그래서 오늘 아침 되자마자 건거야!!!"

 

 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속했던 어제까지 전화를 나에게 주지 못한 이유를 듣고나서야 나도 좀 기분이 풀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나는 좀 많이 삐져있다고 해야하나.... 그런 게 있었다. 나 안 뽑으면 네 손해지 이 생각까지 하면서 씩씩대고 있었다 사실. 그러나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 같아 바로 풀렸다. 나에겐 이 과정이 꼭 필요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이후로 나도 진정으로 happy하다는 것에 대한 내색을 했고 ㅋㅋㅋ 바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근데 방금 전화 하나를 더 받았다.

 

 벤쿠버에서 가장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맨 먼저 지원했던 스벅 매장의 점장이었다. 면접보고 싶다고 하길래, 잡 오퍼 받고 다른 매장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끊었다. 벤쿠버에서 가장 인테리어적으로 시크하고 모던하고 온갖 리저브 음료가 있는 멋진 매장이다. 근데 이 매장은 내가 엘레나와 면접을 본 당일날 저녁에 방문해서 좀 머물러 보았는데, 직원들의 콧대가 너무너무 높고 다들 나잘났네 하는 애들의 조합으로 보였어서 매장에 대한 호감이 전혀 가질 않아 제출했던 application을 유일하게 철회하려고 마음을 바꿨던 곳이었다. (잡오퍼를 한 군데에서도 받지 않았던 때라 아쉬운 마음에 철회하지는 않았었지만) 

 

 엘레나한테 먼저 전화가 와서 다행이다. 물론 진짜 다행인지는 일 시작해봐야 알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이 매장은 손님으로 머물기엔은 몰라도 (심지어 손님으로서도 경험이 매우 별로였다. 왜 직원들이 그모양인지?) 겉보기와는 다르게 전혀 일하고 싶지 않은 매장 1위였다.

 

 

 


 

 

 

그 매장에 있었을 때 찍은 사진들.

매장만큼은 참 예쁘다! (이거에 속아 지원)

 

 

호텔 로비, 바 같은 느낌

 

 

아이스차이티라테!

 

 

Pike Roast

 

 

 

 


 

 

 

 이렇게 벤쿠버에서의 면접일지를 마무리하려 한다.

 언제부터 일하게 되려나? 아마 다음주?

 

 적응하느라 첫 한두달은 조금 괴롭겠지만 즐겁게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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