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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개인의 일상

사월의 시작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임을 반복하다가 결국 나왔다. 거실 불을 켜고 옷을 입고입는 나를 보며 아내가 잠결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뭐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잠이 안와서.. 라고 급하게 말하고는 방문을 닫았다. 내일 아내는 오프닝이라서 조금이라도 더 자야한다. 


요즘에는 정말 바빴던 기분이다. 스케줄표를 보면 그렇게 타이트한 스케줄도 아니건만 심리적으로 그랬다. 이번 롱위켄때는 일년여간 토론토에서 워홀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아내 친구 레이니와 함께하는 데에 이틀을 의미있게 보냈고, 마지막 하루는 거의 내내 집에서 잤다. 전에 레이니 집에 맡겨두었던 우리의 살림살이들을 전부 현재의 집에 옮겼고, 그를 정리하는데에 오늘의 반 이상을 보냈다. 또한 오늘은 이번주 일주일치 먹을 식량에 대한 prep work 를 아내와 함께 하는데에도 한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뿌듯했다. 브로콜리, 당근, 파, 파프리카 이렇게를 씻고 썰어 통에 넣어두었고, 닭가슴살과 다진 쇠고기 또한 분량만큼 소분해 냉동실에 안착시켰다. 아내는 오늘 우리의 저녁밥으로 현미밥에 그린빈 포함 각종 야채를 넣어 김밥을 해주었는데 그렇게 맛있고 행복할 수 없었다. 하루의 일과들을 마치고 먹는 꿀같은 양식! 


나는 옷을 완전히 벗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잠이 들 기미가 없다. 살갗이 침구에 직접 닿아야만 솔솔 잠이 오기 시작하는 이상한 버릇이 언젠가부터 생겨서 거부할 수가 없다. (고칠(?)생각도 사실 없다.) 여튼 그렇게 눕고 잠을 청하다가, 잠이오지 않아 일어나는 일은 내게 극히 드문일인데 그 드문일이 지금 일어났기에 일기를 쓰고 자려고 옷을 또 다시 다 입었다. 처음 잠을 청하려고 눕기 직전까지 내가 하던 일은, ical 을 개시 및 정돈하는 일이었다. 스케줄러를 지니기에는 참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들이기에 (고정 스케줄은 일 스케줄 뿐이므로) 직장에 붙어있는 내 이름에 할애된 스케줄을 사진첩에 저장해 두는 것이 스케줄관리의 전부였던 내가 ical 사용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무거운 어플을 깔고 싶지 않아서, 맥과 아이폰에 기본 탑재되어있는 ical 을 개시했건만 음력달력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 음력달력과 각종 기념일들 등록이 용이한 네이버 캘린더와도 연동했다. 다 마치고 나니 굉장히 마음이 개운하다.


오늘 일을 마치고, back room 에서 이번주와 다음주 일 스케줄을 체크보다가 여전히 일주일에 30hours 언저리정도 받은 내 이름밑에 할당된 스케줄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어제 나는 대여섯군데의 일자리에 지원을 했다. 일주일에 40시간정도는 거뜬히 일할 수 있는데, Path Starbucks 의 특성상 40시간을 채워받기에 무리가 있어 30시간정도 밖에 시프트를 받지 못하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루에 다섯시간정도 이틀 일할 수 있는 세컨잡을 알아보려 indeed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retail shop 하나, restaurant 네다섯군데 정도에 어플라이를 했다. 보통 나는 늦어도 오후 4시에는 스벅 스케줄이 끝나기에 세컨잡 지원할 때에 availability를 4:30pm 부터로 기록을 했는데 글쎄 다음주에 5pm 에 끝나는 스케줄에 나를 넣어둔 것을 발견하고 조슬린에게 면담요청을 했다. 일주일에 30시간정도 밖에 스케줄이 안 나오는데, 5pm 에 끝나는 스케줄을 내게 주면 내가 다른 세컨잡 구할 때에 무리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세컨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조슬린이 '세컨잡? 아니 무슨말이야. 우리 얘기 좀 하자.' 라고 말하며 나를 일단 앉자고 이끌었다. 


듣고보니, 조슬린은 내가 입사할 때에 '바로 수퍼바이저 진급을 하기에는 나는 좀 시간이 필요하다. 동료들이랑 친해지는 걸 진급보다 먼저 하고 싶다' 라고 내가 말했었기에 내가 '진급하기에 준비되었다' 고 말할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세컨잡 구할 생각을 하냐며 자기가 나와 같이 매니징팀으로 일하고 싶어하는거 알지않냐며 다그침 아닌 다그침을 건넸다. 생각해보니 내가 입사할 때에, 조슬린이 수퍼바이저 얘기를 너무 바로 해서 '나에게 몇 달이 필요하다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렇게 내가 좀 강력하게 말했던게 기억이 났다. 지금 한달일했는데, 생각보다 동료들이랑 심리적으로 벌써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기도 하고 매장에는 한 일한지 6개월은 된 것 마냥 이미 너무 익숙해서 나 스스로 진급하기에 무리가 없는 느낌이 처음에 내 예상보다 (몇 개월) 금방 든 것 같다. 내가 처음에 몇 달이라고 말했었기에 조슬린은 기다리고 있던거고, 나 스스로는 지금 준비가 되었는데 아무런 말이 안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 세컨잡을 구해 일하다가, 때가 되어서 말이 나오면 진급하고 다시 원잡으로 전환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내 마음이 아무래도 좀 급한 이유가 집 때문인 것 같다. 7월-8월쯤 새 집 렌트 계약할 계획을 앞두고 있어서 그 때까지 최대한 많은 목돈을 마련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기에. 좀 더 합리적으로 잘 살기위해 오늘 가계부 유료어플도 알아봤다. ㅋㅋㅋㅋㅋ 충동구매 안하고 나름 현명하게 알아보려고 free trial 로 어플을 얻었는데 써보고 마음에 들면 유료구매를 할 예정이다.


어쨌든 조슬린이랑 이 대화를 나누자마자 진급을 위한 모든 스케줄들이 금새 잡혔다. 당장 이번주 목요일에 coach training 을 하고. 금요일엔 수퍼바이저 미팅, 다음주에 또 다른 coach training 및 open shift training, 그리고 금요일에 최종 interview 를 통해 진급절차가 완료된다. 아니 ... 이렇게 금방 이루어지는 거였어?ㅋㅋㅋㅋㅋㅋㅋ 조슬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5분내로 그 스케줄들을 다 술술 읊어줬다. 일단 난 좋기보다는 긴장되는 마음이 훨씬 크다. 최종 interview 는 다른 매장의 점장이 보는 절차라고 하는데 내가 '아..그렇구나' 라고 말하니까 '걱정마. 최정 컨펌은 내가해. 그냥 절차야.' 라고 말했다. 다른 매장의 점장이 인터뷰하는 거라 걱정한게 아니라 나의 '아..' 이거는 '갑자기 다음주에 최종 인터뷰를 본다고?ㅋㅋㅋㅋㅋㅋ' 라는 것에 대한 당황과 긴장과 좋음 모두가 결합된 외마디 였었다. 


일단 갑자기 다다음주부터 시급이 확 오른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굉장히 좋다. 또한 부점장인 앤드류가 오프닝 수퍼바이저를 무조건 맡고있으므로, 내 스케줄은 아무리 일러도 아침 7시가 될 예정이고 매장의 마감시간은 오후 6:30이므로 아무리 늦게끝나고 저녁 7시이니, 좀 더 괜찮은 직장스케줄로 일상을 보내게 될 예정인 점이 너무 좋다. 월-금 / 유동적으로 7am-7pm ! 고정 스케줄인데다가 40시간이 보장되고 페이도 내가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받는 시급이므로 뭔가 오늘 하루는 내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날이었다. 또 너무 좋은 게, 집 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계약서를 방금까지보다 훨씬 낫게 내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 괜찮은 집 잘 구해서, 조이랑 웃으면서 올 여름에 잘 입주하고 싶다! 


아내가 오늘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생산적으로 보냈더니 참 좋다' 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 :-) 4월의 첫 주, 첫 날 참 잘 보냈다 우리 그치. 이번주에는 이렇게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지난주보다 많을 예정이다. 오늘하루를 돌아보니, '하루'에는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주머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주에 책상에서 보내는 일들이 아닌 일들 중에 내가 꼭 하고 싶은 것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선이랑 영화 한 편 꼭 보고 감상문 작성하기. 또 하나는 지금의 내가 잠길 수 있는 음악 품기. 노래를 들으려 해도 늘 예전에 빠져있던 곡들 밖에 찾아들을 줄 모르는 나에게 지루함을 느껴서. ㅋㅋ 이제그만 다시 잠들어야겠다. 드디어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까 양치질하다가 잠옷 오른쪽 팔목 자락이 물에 좀 젖었는지 차가워서 키보드 치는 내내 좀 불편했다. 어서 이 팔목 젖은 잠옷 벗고 싶다. 4시간정도 자면 벌써 일할 시간이 코앞이다. 어서 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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